학원으로 갔던 아이들이 학교로 돌아오고 있다. 사교육비 부담에 움츠러들었던 학부모들도 어깨를 펴고 있다. 지난해 3월 정책연구학교로 시작한 ‘방과 후 학교’가 만들어낸 풍경들이다.
방과 후 학교는 직장에서 일을 하는 부모들을 대신해 아이들을 돌보는 등 일석삼조의 효과를 거둘 것으로 기대된다. ‘방과 후 학교’가 가져온 교육현장의 변화를 따라가 본다.
전남 담양남초등학교 학생들은 정규수업이 끝나면 파블로제수다지손 선생님에게 영어를 배운다. 필리핀에서 대학을 졸업한 뒤 담양군에 시집온 이 선생님은 지난해부터 이 학교 학생들과 영어를 통해 인연을 맺었다. 이 선생님의 영어수업은 학교가 운영하는 방과 후 학교 프로그램중 하나다.
담양남초등학교가 운영하는 방과 후 학교 프로그램은 이것만이 아니다. 수학과 같은 교과 강의도 있고 댄스스포츠, 종이접기, 가야금도 배울 수 있다. 전교 학생이 659명인 이 학교에서 방과 후 학교에 참가하는 학생들은 496명으로 전교생의 75%에 이른다.
학부모인 허재욱씨(45세)는 “그동안 다양한 교육기회를 접할 수 있는 도시아이들과는 달리 우리 아이에게 그런 기회를 제공해주지 못해 안타까웠다”며 “학교에서 교육비 부담이 거의 없이 좋은 교육을 시킬 수 있어 참으로 반갑다”고 환영했다.
공교육의 새 희망으로 떠오른 방과후 학교
방과 후 학교가 공교육의 새로운 희망으로 떠오르고 있다. 학생과 학부모의 만족도도 높은 데다 사교육비도 대폭 감소됐다. 학교 수업 후 학원으로 몰려갔던 학생들은 이제 다시 학교로 돌아오고 있다.
방과 후 학교는 지난해 3월 연구학교 운영을 시작으로 1년여 동안 시행돼 왔다. 교육부에 따르면, 방과 후 학교로 인해 학생 1인당 월평균 사교육비가 최대 23% 줄어들었다.
방과 후 학교 운영 이후 중학생은 29%, 고등학교는 25%, 초등학생은 9%의 학생들이 사교육을 중단했다.
학생과 학부모의 만족도도 높아 참여율도 대폭 늘어나고 있다. 2004년 37%였던 참여율은 2005년 59%로 큰 폭으로 증가했다. 교육부의 만족도 조사에서 학생 84.5%, 학부모의 79.5%, 교사의 82.8%가 “만족한다”고 응답했다. 방과 후 학교가 공교육 정상화를 성큼 앞당기고 있는 것이다.
지난해부터 48개 연구학교로 본격 추진
방과 후 학교는 지난 96년 도입된 특기·적성 교육 등 방과 후 교육활동에서 비롯됐다.
그러나 특기·적성교육은 학생의 다양한 과외 욕구를 효과적으로 흡수하는 데는 한계가 있었다는 게 교육부의 판단이다.
전체학교의 99.3%가 특기·적성교육을 실시했지만 학생참여율은 31.3%에 그치는 등 학생과 학부모의 불만도 많았다.
참여정부 들어 특기적성 교육은 ‘방과 후 학교’라는 이름으로 다시 태어났다. 노무현 대통령은 2004년 11월 청와대 수석보좌관 회의에서 “방과 후 교육은 저소득층의 아이들을 돌봐주는 측면과 최고의 교육을 해보자는 게 취지”라 강조했다.
이에 따라 교육부는 지난해 48개의 정책연구 학교를 운영하며 방과 후 학교를 본격적으로 추진했다.
양극화 해소·저출산 고령화 대비한 장기 전략
노 대통령은 또 “아이들을 학교에 붙들어 놓을 수
있는 유인이 필요하다”며 “방과 후 학교가 성공하려면 학원보다 내용이 좋아야 하고 가난한 아이들이 학교에서 충분한 교육을 받을 수 있게 돈이 없으면 정부가 지원해 줘야 한다”고 강조했다.
방과 후 학교는
△ 사교육비 경감
△ 양극화 완화를 위한 교육격차 해소
△ 저출산·고령화에 대비한 교육서비스 요구에 부응할 수 있는 정책
으로 꼽히고 있다.
이중 가장 큰 목표는 사교육비 경감이다.
2004년 12월 국무조정실의 조사에서 사교육비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서는 ‘방과 후 교육활동 개선’이 절실하다는 응답이 가장 높았다. 학부모들도 방과 후 학교가 사교육비를 절감할 수 있는 효과적인 대안으로 보고 있는 것이다.
현재 우리나라는 소득 계층이나 지역별로 교육비 격차가 매우 크다. 저소득층인 소득 1분위 계층이 월평균 9만9000원의 교육비를 지출하는데 비해 고소득층인 소득 10분위층은 62만2000원을 지출하고 있는 형편이다. (2005년 3분기 기준) ‘교육양극화’가 심각한 수준인 것이다.
이같은 교육비 격차는 학업성취도의 차이로 이어지고 장기적으로는 심각한 학력 간 임금·소득 격차로 이어져 사회적 불평등을 더욱 심화시킬 수 있다. 방과 후 학교는 ‘교육양극화’를 해소할 수 있는 효과적인 대안이 될 것으로 보인다.
방과 후 학교는 또한 방과 후 보호자 없이 방치되는 아이들을 돌보는 ‘보육프로그램’이기도 하다. 아동·청소년의 36.3%가 방과 후에 보호자 없이 방치되고 있는 게 우리의 현실이다.
맞벌이 부부가 늘어나고 여성의 사회진출이 활발해지면서 방과 후 학생들을 보살피는 문제는 심각한 현안으로 떠올랐다. 이 때문에 방과 후 학교는 학부모가 안심하고 아이들을 맡길 수 있는 프로그램으로 기대를 모으고 있다.
김진표 부총리 겸 교육인적자원부 장관은 “방과 후 학교가 사교육비 경감과 공교육 정상화에 기대이상의 성과를 내고 있다”고 말했다. 김 장관은 “누구나, 학교에서, 최고의 다양한 교육을 받을 수 있게 한다”는 비전을 내걸고 “5년 안에 사교육을 학교로 흡수한다”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