몇 해 전의 일이었습니다. 모 방송사가 어떤 고교의 수업시간에 몰래카메라를 설치해서 녹화한 동영상을 뉴스시간에 방송한 일이 있었습니다.
동영상에서는 수업시간에 절반에 가까운 학생들이 엎드려 자고 있었고, 학생을 깨우려는 선생님의 노력은 전혀 효과가 없었습니다.
방송이 나가자 온 사회가 들끓었습니다. 그리고 유행한 용어가 ‘학교 붕괴’, ‘교실 붕괴’였습니다. 어차피 대학 입학에 학생부는 별 쓸모가 없고 수능이 절대적인 영향을 미쳤기 때문에 학생들은 낮에는 학교에서 내내 자다가 밤에 학원에 가서 공부를 했습니다.
이 당시의 수험생들은 지금 여러분보다 행복했을까요?
교육의 중심을 ‘학교 안으로’
수능시험이 처음 도입되던 94학년도에는 1년에 2번 시험을 치렀습니다. 그런데, 이 때 수험생들은 ‘2번의 기회’가 아니라 ‘2번의 큰 부담’이라고 고통을 호소했습니다.
결국 95학년도부터는 1년에 한번 시험을 치를 수밖에 없었습니다. 이후 수험생들 중에는 한 번뿐인 수능시험이 어렵게 출제되는 바람에 시험을 망쳐서 절망하는 경우도 많았습니다.
결국 수능시험은 점점 쉬워졌습니다. 그러자, 수험생들은 또 불만을 표출했습니다. 열심히 공부했는데, 시험이 너무 쉬워서 실력이 변별되지 않는다는 것이었습니다.
이른바 ‘물 수능’이라는 용어가 유행했고, 결국은 대학별 본고사가 병행되었습니다. 그러면, 이 당시의 수험생들은 지금 여러분보다 행복했을까요?
여러분의 아버지세대가 대학에 진학하던 30년 전으로 가봅시다. 당시에는 한 반 학생을 60명이라고 할 때 10명도 채 안되는 학생만 대학생이 될 수 있었습니다.
그리고 당시에는 전국 예비고사를 통과한 학생만 대학별 본고사를 볼 수 있었습니다. 당시 우리나라 제일이라는 대학의 수학문제를 보면 7, 8문제 중 3문제를 풀면 합격이고 1문제만 풀면 탈락이라고 했습니다.
그 대학에 응시하는 학생이면 공부를 아주 잘한다고 하는 학생들이었는데, 절반을 못 풀어도 합격한다고 했으니 그걸 준비하는 고교생활은 보지 않아도 짐작이 갑니다. 굳이 그 대학을 희망하지 않아도 그런 공부를 해야 했던 이 때 수험생들은 지금 여러분보다 행복했을까요?
2008학년도부터 적용되는 대입제도는 이와 같은 과거의 오랜 경험들을 바탕으로 교육의 중심을 ‘학교 밖’에서 ‘학교 안’으로 되돌려서 학생들의 과도한 학습부담과 경쟁을 완화시키고, 대학으로 하여금 기존의 대학서열구조에 의존한 소모적인 ‘선발경쟁’에서 입학한 학생을 잘 가르치기 위한 건설적인 ‘교육경쟁’으로 전환시키기 위해서 도입된 제도입니다.
3년 학생부 반영으로 수능 부담 분산
여러분 중 이 말에 선뜻 동의하기 어려운 학생이 있다면 한번 생각해 봅시다. 어떤 대입제도가 그나마 여러분을 덜 힘들게 하는 제도일까요?
아마도 우선 생각할 수 있는 게 특별히 추가적인 공부 없이 학교공부를 열심히 하는 것만으로도 원하는 대학에 가는 것일 겁니다.
그런데, 그러려고 하면 학생부가 강조될 수밖에 없습니다. 만약 학생부가 강조되지 않으면 여러분에게 학교수업보다는 다른 공부가 더 중요해질 것이기 때문입니다.
그러면 결국 학교에서는 잠을 자고 비싼 돈을 들여 학원에 가서 공부하는 악순환이 되풀이 되겠지요.
학생부가 강조되니까 공부 부담이 더 커졌다고 불만을 나타내는 학생들도 있습니다. 중간고사, 기말고사를 6번씩 치러야 하니까 수능시험을 12번 보는 것과 같다고도 합니다.
하지만 고3 때 1번뿐인 수능시험이 강조된다고 공부 부담이 줄어들까요?
만약 1번뿐인 시험을 망치게 되면 3년간의 준비가 물거품이 됩니다.
과거 수능시험을 망친 학생들의 절박하고 안타까운 심정을 생각해 봅시다. 역으로 학생부가 강조되면 이런 부담을 적어도 12번 이상 분산시킬 수 있습니다.
공정하고 합리적인 평가위한 최선의 방법
학생부에 적용되는 9등급의 석차등급제가 부당하다고 하는 학생도 있습니다. ‘우리는 부위별로 등급을 나누는 돼지고기가 아니다’라고까지 얘기합니다.
이 부분이 학생들이 가장 많이 오해하는 점인데, 여러분의 1년 이상 선배들의 학생부에는 100개로 나눠진 등급이 기록되고 있습니다.
100등급보다는 9등급이 점수경쟁으로 인한 여러분의 부담을 크게 줄여주는 일일 것입니다. 물론, 선배들의 경우에는 학교시험에서 쉬운 문제만 출제되었기 때문에 ‘성적 부풀리기’가 존재했습니다.
하지만, 지금까지 대학들은 바로 그 ‘성적 부풀리기’ 때문에 학생부를 무시해왔습니다.
물론, 수능시험도 여전히 존재합니다. ‘죽음의 트라이앵글’에서는 이것을 교육부가 학원의 요구를 수용한 것으로, ‘치졸한 합의’로 표현했습니다.
그런데 한 가지 중요한 사실을 숨기고 있습니다. 그건 앞으로 수능시험을 고등학교 선생님들이 절반 이상 참여, 학교 교육내용을 중심으로 출제한다는 점입니다.
결국 수능시험을 준비하는 것이 학교수업을 듣고 학교시험을 준비하는 것과 다르지 않습니다. 고교시절에 공부에 흥미를 느끼지 못해서 학생부 성적이 좋지 않은 학생들이라도 열심히 공부하면 수능시험을 잘 봐서 원하는 대학에 갈 수 있는 길을 열어놓기 위한 것입니다.
또한, 수능시험은 학생부가 반영할 수 없는 학교차를 보완하는 기능도 합니다.
교육의 중심을 학원에서 학교로 되돌리자고 대입제도를 바꾸는데, 학원의 요구를 받아들였다는 주장은 뻔한 말로 학생들을 속이는 것입니다.
편법적 본고사 방지, 수험생 부담 최소화
트라이앵글의 세 변 중에서 여러분을 가장 부담스럽게 하고 여러분을 다시 학원으로 내모는 것이 바로 논술고사일 것입니다.
실제로 학생부 반영을 늘리고 수능시험의 부담을 줄이려고 하니까 많은 대학들이 논술고사를 강화하겠다고 합니다.
과거에도 경험한 것처럼 논술고사가 강조되고 더구나 편법적으로 본고사가 부활되면 여러분의 수험생활은 정말 힘들어질 수도 있습니다.
그래서 교육부는 대학으로 하여금 수능성적을 등급화 함으로써 부족해지는 부분을 학생부로 보완하고 논술고사가 필요하다면 최소한으로만 반영하도록 유도하고 있습니다.
마지막으로 여러분이 잊지 말아야 할 것이 있습니다. 그것은 대학마다 여러 방식을 통해서 학생을 선발하기 때문에 그것을 한 마디로 단정할 수가 없다는 것입니다.
예전에는 모든 대학이 똑같은 방식으로 학생을 선발했습니다. 하지만, 90년대 이후에는 대학마다 아주 다양한 방식으로 학생을 선발하고 있습니다.
선배들이 참고하는 진학 정보집을 한번 보세요. 거의 전화번호부 두께의 책으로도 모자랄 정도입니다. 대학마다 학생부를 위주로 하는 전형도 있고, 수능을 위주로 하는 전형도 있습니다.
학생부를 위주로 해도 모집단위마다 반영하는 과목이 다릅니다. 그리고 일반전형뿐만 아니라 아주 다양한 특별전형들이 있습니다.
대학가는 길 다양하게… 2008은 “다각형 입시”
비록 완벽하지는 않을지 몰라도, 이러한 모든 것들은 수험생들의 부담을 덜어주고, 교육의 중심을 학교로 되돌리며, 우리 사회가 필요로 하는 학생을 선발하고 양성하기 위해서 많은 전문가들이 머리를 맞대고 고민한 결과입니다.
교과공부든, 예술이든, 운동이든, 그 밖의 어떤 재능이든 자신의 특기와 적성에 따라 대학에 진학할 수 있는 길이 다양하게 마련되어 있고, 그 길이 점점 확대되고 있습니다.
그리고, 우리 사회는 일류대학을 졸업하지 않더라도 충분히 성공할 수 있는 능력중심사회로 점차 변해가고 있습니다. 다만, 중요한 것은 어느 누구라도 그 어떤 것이라도 노력 없이 이룰 수 있는 꿈은 없다는 것입니다.
문제가 되는 동영상에서는 학생들의 감정을 분노로, 피해의식으로 단정합니다. 그리고 그것을 사회가 키웠다고 화살을 돌립니다.
그러나 사회를 바라보는 냉정한 비판의식과 정확한 사실에 기초하지 않은 맹목적인 비난은 차원이 다릅니다. 옳은 것은 옳다고 인정할 때 그른 것을 그르다고 하는 비판도 가치가 있습니다.
죽음의 트라이앵글, 수험생에 혼란만 가중
가정과 학교와 사회는 여러분에게 희망을 걸고 있습니다. 여러분이 바로 우리 사회를 이어갈 다음세대이고, 여러분이 지금 우리 사회가 안고 있는 문제점들을 하나씩 해결해 나갈 수 있는 세대이기 때문입니다.
여러분의 부모님들이 세금을 내고, 그것으로 학교를 만들고, 선생님들이 여러분을 가르치는 것도 바로 여러분이 희망이기 때문입니다. 여러분의 냉철한 판단을 기대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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