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구텐베르크보다 200년이상이나 앞서 세계최초의 금속활자를 발명한 우리는 문화민족으로서의 자긍심을 지닐만하다. 우리나라 출판인쇄문화 1천3백년의 역사를 한눈에 볼 수 있는 곳. 출판역사로 근ㆍ현대문학 백년을 통시적으로 보여주는 곳이 바로 삼성출판박물관이다.
대량으로 책을 만들 수 있는 인쇄술의 발달은 개화기와 근대ㆍ현대의 역사를 살아간 격변기의 문인뿐만 아니라 일반인들 모두에게 세계를 인식하는 새로운 틀을 마련해 주었다.
삼성출판박물관의 소장품 중 금속활자복각본인 '남명천화상송증도가'(보물758호)는는 13세기전에 금속활자 인쇄술이 발달되어 있었음을 말해주는 증거이다.
또한 '금강반야바라밀경'(보물 877호), '월인석복'(보물745호)가 전시되어 있다. 특히 '월인석보'초간본 권23이 새로 발견되어 한글 창제 직후의 귀중한 국어학 자료로 평가돼 특기할만 하다. '월인석보'는 세조가 세종의 비인 소헌황후의 명복을 빌기위해 세종조에 편찬한 '월인천강지곡'과 '석보상절'을 합편한 것이다. 이번에 발견된 '월인천강지곡' 8수(497~499, 520, 521, 522~524)는 학계의 비상한 관심을 끌고 있다.
박물관 개관2주년을 맞이해 마련된 「한국 신문학 특별 기획전」은 한국 근ㆍ현대문학 백년의 실체를 통시적으로 바라볼 수 있는 기회가 된다.
기획전에는 문학작품 4천5백50여점과 문인이 남긴 친필원고와 서화 등 예술작품이 250여점 전시되어 있다. 이는 지난해의 「교과서 특별전」에 이은 두번째 기획이다.
이중에는 우리나라 최초의 신소설 작가로 꼽히는 이인직의 작품들을 비롯, 이관수의 「무정」(홍문당서점ㆍ1924), 나도향의 「환희」(조선도서ㆍ1923), 김동인의 「감자」(한성도서ㆍ1935), 양주동의 「조선의 맥박」(문예공론사ㆍ1932), 김조규가 편한 「재만 조선 시인집」(예문당ㆍ1942), 이육사의 「육사 시집」(서울출판사ㆍ1946), 정지용의 「백록담」(백양당ㆍ1946)등 중요책들이 많이 들어 있다.
이밖에 초창기 문학의 소개에 앞장섰던 문학잡지 및 납, 월북작가의 작품 및 번역문학, 외국어판 한국문학에 대해서도 자료를 정리해 놓고 있다.
책 이외의 전시품으로 이인직의 친필과 홍명회가 만해 한용운에게 보낸 서한, 김억의 육필원고, 유치환의 시서액자 등이 있다. 이 유품들은 문인들의 담담한 생활의 체위와 삶의 향치를 느끼게 해준다.
누렇게 변색되고 손때 묻은 책들, 마치 들쳐보면 곰팡이라도 날 것 같은 살아있는 증거인 책들만이 우리 앞에 놓여있다. 우리가 손때를 묻혀가며 긴 호흡으로 그 방대한 자료들을 훑어내려 가기를 기다리면서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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