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2일 실시된 대학수학능력시험 모의고사는 한국교육과정평가원이 실제 수능과 동일한 방식으로 출제하고 진행했다는 점에서 올 수능을 가늠할 중요한 잣대가 될수 있다.
한국교육과정평가원은 수능 모의평가에서 정부의 사교육비 경감대책에 맞추기 위해 EBS 수능강의 내용을 ‘변형·보완한 뒤 가급적 적극적으로’ 반영했다고 강조했다.
이 때문에 모의평가와 수능강의 연계 방식은 11월17일에 실시되는 본수능에서도 비슷하게 적용될 가능성이 크다. 또 모의평가에서는 기출문제라도 교육과정에서 다루는 핵심내용은 문항 형태,발상,접근방식 등을 다소 수정해 출제했다.
출제위원 중 고교 교사의 비율도 지난해 28%에서 올해 35%로 높여 고교 과정을 충실하게 반영토록 했다. 본 수능에서도 마찬가지다.
정강정 평가원장은 “교과서든,EBS 수능강의든,기출문제든 문항을 똑같이 출제한 것은 없다. ”고 설명했다.
평가원이 내놓은 모의평가의 출제방향과 함께 수능강의의 영역별 연계 내용을 분석한다.
언어 =기존의 경향을 유지,수험생이 혼란을 겪지 않도록 했다.
출제범위는 기존의 수능시험처럼 문항의 소재를 특정 과목에 한정하지 않고 범교과적 소재를 활용했다.
전반적으로 학생들이 생활속에서 쉽게 접할 수 있는 낯익은 지문이 주류를 이뤘다.
읽기의 비문학 분야에서는 고교 과정에서 대학 과정으로 연결시킬 수 있는 글이 지문으로 선정됐다.
김부식의 ‘진삼국사기표’와 이규보의 ‘동명왕편 서(序)’를 복합지문으로 구성한 인문지문,인체에 대한 사회학적 성찰을 다룬 사회지문,생물 다양성과 환경문제를 결부시킨 과학지문 등이 대표적인 예이다.
읽기 문학의 지문에서는 이현보의 ‘어부단가’,김영랑의 ‘독을 차고’,이어령의 ‘폭포와 분수’ 등 제7차 국어교과의 검인정 문학교과서에 실린 작품이 나왔다.
이현보와 김영랑의 작품을 포함,박목월의 ‘가정’ 등과 현대소설 조세희의 ‘난장이가 쏘아올린 작은 공’ 등은 EBS 방송교재와 일부 일치하거나 같은 작품의 다른 장면들이다.
수리= 복잡한 계산이 필요한 문제가 줄었다. 기본적 계산능력이나 수학적 개념·원리·법칙의 이해를 확인하는 문제가 다수 포함됐다.
문항의 유형은 ▲수학의 기본 개념·원리·법칙을 이해하고 적용하는 능력 ▲기본적인 계산 원리와 문제풀이 절차인 알고리즘을 이해·적용하는 능력 ▲참·거짓을 판별하는 능력 등을 평가하는 것들이다.
난이도는 중·하위권 학생들의 기본적인 사고력을 측정하기 위한 쉬운 문제와 난이도가 중간 수준인 문항이 중점적으로 나왔다. 단답형 문항의 출제 비율은 30%였고,단답형 문항의 답은 3자리 이하 자연수로 표기하도록 했다.
평가원측은 “EBS 수능강의나 방송교재에서 취급한 부분을 적극 출제했다. ”면서 “학교교육을 충실히 이수하고 수능강의를 이해하면 무난히 해결할 수 있었다. ”고 설명했다.
외국어(영어)= 대화·담화·문단 등을 통해 의사소통 능력과 대학 수학에 필요한 영어사용 능력을 평가하는 데 초점을 맞췄다. 그렇기 때문에 의사소통기능 중심의 유창성과 정확한 언어 사용능력이 중요하게 다뤄졌다.
출제범위도 공통영어에서 심화선택과목 수준으로 확대됐다. 하지만 학생들의 부담을 덜어주기 위해 사용빈도가 높은 어휘를 중심으로 출제됐다.
특히 유창성을 지나치게 강조했던 예전 수능과 달리 영어사용의 정확성을 소홀히 하지 않도록 문법·어휘 분야도 강화됐다.
읽기는 지문의 길이가 늘었다. 배경 지식과 글의 단서를 활용,의미를 이해할 수 있는지를 측정했다. 쓰기에서는 상대방에게 메시지를 정확하게 전달할 수 있는 능력을 봤다.
사회탐구=교과목의 특성에 따라 윤리·역사·지리·사회적 상황 등을 소재로 해 창의적 사고를 측정했다. 평가원측은 “일상생활에서 접할 수 있는 내용과 시사적인 내용도 활용,문항을 출제했다. ”고 밝혔다.
기본적인 개념이나 원리에 대한 이해·적용 능력을 보는 문항 ▲핵심적인 주장을 탐구하는 문항 ▲자료에 나타난 정보의 의미를 해석하는 문항 ▲결론을 도출할 수 있는 능력을 측정하는 문항 등이 골고루 나왔다. EBS 교재의 본문과 문항을 외워 기계적으로 해결할 수 있는 문항은 배제됐다.
과학탐구= 일상생활에서 흔히 볼 수 있는 상황과 과학적 상황을 소재로 한 이해·적용,문제인식과 가설 설정,자료분석과 해석,결론 도출 등을 측정했다.
특히 개념을 이해해 적용할 수 있는지를 판단할 수 있는 문항이 40% 정도나 차지했다.
문항별 소재와 관련,컴퓨터 키보드나 유량계,물의 독특한 성질,플라스틱 재활용,복제실험,화성 생명체 탐사,약물 오남용,폭발성 화산 등이 활용됐다.
직업탐구= 실업고 학생들의 학력수준을 감안,해당 전문과목의 교육과정에 있는 내용을 중심으로 지식,이해,적용,탐구 능력을 평가했다.
단편적인 지식이나 원리에 대한 문항보다 실제 상황에 응용하고 탐구할 수 있는 문항이 많이 출제됐다. 또 표·그래프·그림·삽화와 전공관련 실험·실습 상황을 많이 활용했다.
제2외국어/한문 =어휘·원리·도표·그림 등을 참고하고,지문을 직·간접적으로 활용했다. 문법보다 실생활에서의 의사소통과 사고력에 비중을 뒀다.
한문은 실용한자의 이해와 활용능력을 측정했다. 평가원은 “문항의 난이도는 예년과 같은 수준을 유지하면서도 새로운 유형의 문제를 개발,문항의 질적 수준을 높였다. ”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