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욕 맨해튼 스타이브샌트 수학과학기술고교는 9·11 사건의 현장인 그라운드 제로에서 불과 세 블록 떨어진 곳에 있었다. 맨해튼 빌딩 숲 사이에 역시 10층 높이로 솟아있어 간판만 없다면 행인들은 학교라는 것을 알 수가 없다.
우리나라로 치면 고교 2학년에 해당하는 이 학교 10학년 박혜민양은 오전 6시50분에 리버데일에 있는 집을 나서 지하철로 학교에 온다.
첫 수업은 오전 8시. 보통 오후 4시에 수업이 끝난다. 그때부터 합창단 등 클럽활동을 하다보면 오후 6시를 넘기기 일쑤. 집에 돌아와 다시 숙제에 매달리다 보면 밤 12시가 훌쩍 넘는다.
혜민양의 어머니 로렌 박(45·스타이브샌트 고교 한인학부모협회장)은 “미국 동부의 명문사립고와 같이 높은 질의 교육을 무료로 받고 있다”며 “학생들이 열심히 공부하기 때문인지 일반 공립학교와 달리 졸업생들이 아이비리그 등 명문대에 많이 진학한다”고 소개했다.
대학수학능력시험인 SAT의 성적을 보면 1천600점 만점에 평균 1천427점(영어 693점, 수학 734점)으로 일반 공립학교 학생들보다 750점 높다. 4년제 대학 진학률 100%는 당연하다는 얘기다.
안내데스크가 있는 널찍한 로비 한쪽으로 1, 2차 세계대전에서 전사한 졸업생들의 명단과 나란히 911 사건 현장에서 숨진 졸업생 9명의 명단이 벽에 새겨져 있다.
2002년 9월 결혼 예정이던 90년 졸업생은 세계무역센터(WTC) 97층에서 일하다 약혼녀를 남기고 숨졌다. 사고 당시 30세의 88년 졸업생은 두 살난 아들 애셔를 남겼다.
97년 졸업생은 바로 그 해인 2001년 앰허스트대에서 학위를 받고 WTC 99층에서 근무하다 짧은 생을 마쳤다.
#과학고에 무용 스튜디오와 극장이 있다니
WTC가 세계의 한가운데, 미국의 중심부였다는 생각을 하고 있는데 스탠리 티텔 교장이 1층 회의실로 들어왔다.
“우리 학교에 들어온 사람은 행운아라고 생각합니다. 졸업 후에도 학교나 사회에서 받은 혜택을 환원할 길을 찾으라고 가르치지요. 학교에 들러서 강의를 할 수도 있고….”
# 최고의 시설에서 최고의 공부를 10개층에는 12개의 실험실과 크고 작은 77개의 강의실,
450대의 컴퓨터와 4만권의 장서가 구비돼 있었다. 각 층은 엘리베이터로 연결돼 있고 1층 로비 외에 2층에 육교로 바로 통하는 출입문이 나 있다.
안내를 맡은 레니 레빈은 “실험실과 강의실뿐 아니라 무용 스튜디오 체력단력실 수영장 극장까지 갖추고 있다”고 소개했다.
수업은 대부분 토론식으로 진행되고 대학수준의 강의를 듣고 대학학점을 미리 딸 수 있는 제도인 심화과정(AP) 프로그램도 55개나 개설돼 있다.
AP과정은 미국대학협의회가 하버드대 등 명문대 신입생과 명문고 학생들의 학습능력을 조사한 뒤 개발한 것으로, 수많은 책을 읽고 연구과제를 내는 심화학습 과정이다. 이곳 학생들이 매년 각종 올림피아드에서 우수한 성적을 거두는 것은 물론이다.
또 학생들이 공부를 하는 곳은 이곳뿐이 아니다. 자신이 다루고 싶은 주제를 골라 대학 등에서 연구프로젝트를 진행하는데 한 해 재학생 수백 명이 뉴욕시내 대학 연구소 병원에서 연구한다.
‘과학영재학교’로 불리지만 수학 과학 기술뿐 아니라 인문 사회과목도 중시한다. 실제로 이 학교가 배출한 1993년 노벨상 수상자 로버트 포겔 시카고대 교수는 과학자가 아니라 경제학자였다.
또 과학기술계뿐 아니라 정치 법조 예술계에서 두각을 나타내고 있는 졸업생이 많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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