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부 대학은 고교등급제 시행이 불가피하다는 입장을 공공연하게 피력하고 있고 교육부는
이를 좌시하지 않겠다는 태도다. 이런 와중에 교육부가 새 대입제도를 발표, 교육문제를 놓고 해묵은 논란이 재연되고 있다.
얼마전 일부 대학에서 사실상 고교등급제를 시행해 왔다는 주장이 제기됐고, 이를 전교조 등에서 강력하게 문제를 제기함에 따라 고교간 학력차 인정여부가 교육계의 쟁점으로 떠오르고 있다.
전국교직원노동조합(전교조)은 13일 정부 중앙청사 후문 앞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서울 시내 모 대학이 올해 수시1학기 모집에서 고교등급제를 시행, 서울 강남-서초구 학교 재학생들에게 최대 10%의 혜택을 준 의혹이 있다”고 주장, 교육부가 새 대입제도 개선안 발표 후 불거진 고교등급제 논란은 교육계 갈등으로 비화될 조짐마저 보이고 있다.
이에 대해 안병영 교육부총리도 지난 10일 “대입제도 개선안이 발표된 뒤 고교간 학력격차의 존재 여부와 고교등급제 허용 여부가 쟁점으로 대두되고 있으나 교육부의 일관된 입장은 `고교간 학력격차 인정'과 `고교등급화'를 엄격히 금지한다는 것”이라고 단호한 입장을 나타낸 바 있다.
안 부총리는 또 “2008학년도에도 전국 단위 수능시험은 그대로 유지되고 여기에 개인격차가 반영되는데 이에 더해 고교등급화를 통해 내신성적 평가에 학교 차이를 반영하게 되면 개인의 능력과 무관한 전형요소를 적용하게 된다”면서 “고교등급화가 허용되면 고교 서열화를 부추겨 진학경쟁이 과열되고 우수 학군 위장 전입 등으로 사회적인 혼란이 야기될 것”이라고 밝혔다.
하지만 반론도 만만찮게 나오고 있다. 지난 10일 한나라당의 이주호 의원에 의해 공개된 전국 초중고교 학생들의 학업성취도 격차자료로 인해 고교 평준화 제도의 실효성과 고교등급제의 시행을 주장하는 목소리가 점차로 높아지고 있다.
한국교육평가원이 2001년에 실시한 학업성취도 평가에서 시험을 치른 175개 고교 중 성적이 전국 상위 10% 안에 드는 학생이 1명도 없는 학교가 69개교에 이르는 등 학교간 학력격차가 현격하다는 사실이 드러났다.
이때문에 고교평준화 정책의 실효성을 따지는 목소리가 높아지고 있는 상황이다. 지난 1974년에 도입된 고교평준화제도는 교육격차를 줄이기 위해 도입된 제도이지만 30년이 지난 지금까지도 지역-학교간 격차를 전혀 줄이지 못하고 있다는 것이다.
한나라당의 이주호 의원은 “이같은 분석결과에 비춰볼 때 학교별 차이가 엄연히 존재함에도 최근 교육부가 내놓은 2008년 입시개선 시안은 이런 사실을 외면하고 있다”면서 “대입제도 개선을 위해서는 고교간의 차이를 인정하지 못하게 하는 정부규제를 철폐하고 대학입시에서 내신반영의 완전한 자율화를 추진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그러나 교육부는 고교등급제는 평준화의 근간을 훼손할 뿐더러 일종의 `연좌제'이기 때문에 절대로 허용할 수 없다는 입장을 지속적으로 견지하고 있다.
이런 논란이 지속되고 있는 가운데 한국대학교육협의회(대교협)는 `지엽적 논쟁을 자제하고 대안을 모색하자'는 입장을 표명해 관심을 끌고 있다.
대교협은 지난 11일 대학입학처장, 고등학교장, 학부모 대표, 교육부 관계자 등으로 구성된 대입제도개선위원회를 열고 현재 논란이 되고 있는 교육문제 논란과 관련, △특목고 및 비평준화지역 우수고 재학생들을 위해 현행 교과성적 우수자 특별전형을 생산적으로 활용한 교사학력추천제 도입 △학생부와 학업성취도에 대한 올바른 분석과 평가 △대학 단위 입시체제의 단과대 단위 분권화 등의 대안을 제시한 바 있다.